• 저자 홍성호
  • 책과나무
  • 2019.07.05| 페이지 338|ISBN 9791157767533|판형 규격외 변형

이글은 엽기부족(https://blog.naver.com/eyoooo/)님의 후기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Photo by John Beukelmann on Unsplash

극단적인 원한이나 사악함을 지닌 성품을 의미하는 악의에 무게를 달 수 있다면?
가장 무거운 질량의 악의는 치밀한 계획적 범죄에 의한 살인일까? 아니면 즉흥적 분노에 의한 우발적 살인일까?
두 건의 살인사건.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인물 간 숨겨진 사연과 악의들… 수없이 엇갈리는 악의의 사슬 그 중심에 ‘김내성’… 그리고 [마인]이 있다!

인기작가 오상진 작가의 신작 출간 기념회에 절친한 작가들과 출판관계자, 팬카페 임원 등이 참석한다. 호방한 성격의 오상진 작가는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과음하고, 기념회를 마친 뒤 팬카페 회장인 정진영과 함께 자신의 자택에서 2차를 마시고 필름이 끊긴다. 다음날 정신을 차린 오상진 작가는 전날 선물로 받은 건강식품을 아버지께 드리기 위해 아버님 댁을 찾고, 그곳에서 망치에 머리가 깨져 피투성이로 누워있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후, 발견 경위를 설명하던 오상진에게 경찰은 차가운 수갑을 채우고, 최초 사건 발견자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존속살인 유력 용의자로 신세가 뒤바뀐다. 오상진 작가의 오피스텔 CCTV와 근처 편의점 CCTV에서 함께 2차를 마셨던 정진영이 나간 뒤 오상진의 옷을 입고 모자와 후드를 뒤집어쓴 남성이 오상진의 차를 타고 나가는 영상이 확인된 것. 유력한 증거에도 오상진 작가는 필름이 끊겨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이에 오상진과 절친했던 동료작가 김내성과 백민수는 오상진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데…


하지만 원고지를 떠나 현실에서의 살인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아마추어적이고 우발적이다.

스스로 괴물이 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정교한 덫에 걸린 것일까?

이제 악의의 질량을 가늠하여 그날의 사건을 되짚어 보자.

첫 번째 살인사건에서의 ‘후던잇’과 ‘와이던잇’은 맞추지 못했을지언정 ‘하우던잇’인 살인의 트릭은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었던 것에 내심 뿌듯해 하면서, 탐정 뺨치는 추리로 진실에 접근해 가는 김내성 작가의 활약을 보는 즐거움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사건은 두 번째 살인사건을 향해 숨 가쁘게 전환된다. 추리소설답게 목격자 진술을 통해 아주 대놓고 떡밥을 투척하는 장면도 있고, 이 떡밥이 범인을 향한 힌트인지 아니면 맥거핀인지 아슬아슬 조마조마 끌고 가다 결말부에서야 뻥 하고 터트리는 나름의 묘미도 선사한다.

추리적 요소도 요소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포인트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된 캐릭터가 추리작가라는 점과 한국 추리소설계의 시조 ‘김내성’작가에 대한 오마주이다. 첫 번째로 작품에서 묘사되는 신작출간 기념회나 작가들이 술자리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장면들은 얼마 전 참석했던 도진기 작가의 합리적 의심 출간 독자와의 만남과 추리마니아×한국추리작가협회 정모 술자리 등 본인이 직접 경험했던 기억들과 매칭되면서 작품 속 장면들을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다가온 것 같다.
두 번째로는 ‘김내성’작가에 대한 오마주인데, 사실 한국추리계의 빛나는 별이자 전설 ‘김내성’작가에 대해서는 이름을 들어본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하여 정작 작품에서 무수히 언급되는 ‘김내성’을 통해 ‘김내성’ 작가와 작품 [마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리얼작가 ‘김내성’, 그리고 주인공 겪인 동명이인 ‘김내성’, 마지막으로 자신을 ‘김내성’이라 칭하는 미치광이 살인마까지… 무려 3인의 ‘김내성’이 작품을 가득 메우고 있으니까 말이다… -_-;;;; 이쯤 되면 ‘홍성호’작가님을 진정한 ‘김내성’ 마니아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인데… 어쨌든, ‘김내성’작가의 ‘초초초’레어본인 초판본 [마인]을 둘러싼 절판 컬렉터들의 흥미진진한 암투가 작품을 이끄는 중요한 소재로 작용한다. 본인 역시 절판SF 판본들을 구하기 위해 전국 헌책방을 샅샅이 뒤져보기도 하고, 국립도서관에 회원가입하고 대출받아 먹튀하고픈 검은 유혹에 흔들렸던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더욱 감정이입하고 몰입해서 본 것 같다.

작품의 마지막 무대가 되는 ‘김내성’작가의 묘소가 묘사되는 장면을 보면서 얼마 전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로 접했던 ‘윤자영’작가 블로그를 뒤지다 지나쳤던 포스팅이 떠올라 다시 찾아 들어가 봤다. 올해 초 동료 작가들과 도봉역에 위치한 ‘김내성’작가의 묘지를 찾아갔다는 포스팅에는 묘석의 비문사진과 함께 ‘김내성’ 관련 소설을 쓰기위해 조사차 ‘홍성호’작가와 함께 묘지를 찾았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물론 작품 안에서도 묘석의 비문 전문이 실려 있다.) ‘김내성’작가의 묘지를 찾기 위해 전국의 묘를 찾아다니는 분을 찾아 수소문했다는 글을 보면서 픽션 속 배경일지라도 실제에 근접하게 묘사하려는 대작가에 대한 존경심과 열정어린 프로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꼭 본인이 겪었던 경험들을 반추하지 않더라도 흥미롭게 급변하는 사건전개와 인간에 내재된 심연 속 악의를 접하며, 본능에 충실한 개성적인 캐릭터(특히 오상진 작가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들과 함께 초판본 [마인]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면 누구나 이 작품이 갖는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인 ‘김내성’작가가 자신의 필명을 ‘홍성호’로 개명하면서 [악의의 질량]을 출간하는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허물고 비트는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을 보면서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책을 덮으려 했는데, 마지막장 ‘작가의 말’에 실린 절필선언에서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이제 처음 만났는데… ㅠ_ㅠ 이 무슨…) 작가님 개인의 자세한 내막은 모르기에 뭐라 말 하긴 힘들지만 이만큼의 열정을 쏟아 부은 추리문학에 작가님의 작품을 기다리는 한명의 독자를 방금 확보했고,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겠다는 말을 전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다…

홍성호

저자 : 홍성호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 2011년 단편소설 「위험한 호기심」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한국추리소설 걸작선』에 실린 단편소설 「B사감 하늘을 날다」가 2013년 KBS 〈라디오독서실〉에서 방송되었으며, 2014년 단편소설 「각인」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황금펜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하였으며, 2016년 셜록 홈즈 패스티시 앤솔로지 『셜록 홈즈의 증명』에 참여하였다. 올해 7월 신작 단편소설 「거울상 이성질체」가 KBS 〈라디오문학관〉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현재 법원에서 양형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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